“6월 넘기면 물 건너간다고?”…오락가락 파월, 이젠 결정할 때라는데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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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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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를 언급했다. 매우 이례적이다. 그의 발언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됐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행보와 관련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물가가 오르고 고용이 늘어도 금리 인하 뉘앙스를 풍겨왔던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말과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파월 의장은 지금 ‘정치금융’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의 행보는 한국의 금리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은 미국이 금리를 내리는 것을 확인한 다음 금리 인하에 나설 태세다.

4월10일(미국시간)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CPI) 발표는 시장에 충격을 추기에 충분했다.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올라 2월(3.2%)보다 상승률이 0.3%포인트 높았다. 시장 예상치(3.4%)도 뛰어넘었다. CPI는 전달과 비교해서도 0.4% 올랐다. 역시 시장 예상치(0.3%)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하고 계산한 근원CPI는 전년동월대비 3.8%, 전월대비 0.4% 올라 모두 시장 예상치를 0.1%포인트씩 넘었다. 근원CPI는 계절적인 요인이나 공급측면의 요인을 제외하고 경제내의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그만큼 사람들이 소비 지출을 늘려 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 과열 국면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지금 미국은 물가-고용-유가 트리플 상승 국면
3월말 개인소비지출(PCE)물가가 전년동기대비 2.8% 오른 것으로 집계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PCE물가는 개인들이 실제 지출하는 품목의 가중치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계산하는 것으로 연준이 금리정책을 펼 때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는 자료다. PCE물가 발표 후 파월 의장은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CPI물가를 보면 시장이 미국 연준의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가 외에도 4월 들어 미국이 발표하는 대부분의 지표는 ‘매파적’이다. 연준이 기준으로 삼는 고용 지표중 하나인 비농업고용자수는 3월에 30만3000명 늘어 시장 예상치 21만2000명을 10만 명가량 웃돌았다. 비농업고용자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3월 실업률도 3.8%를 기록하며 전달은 물론 시장 예상치(3.9%)보다 낮아졌다. 고용이 늘어나고 물가가 오르면 미국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인하를 언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대외적인 여건도 매파적이다. 3월 70달러 대였던 국제유가(WTI기준)는 4월 들어 80달러 후반까지 올랐다. 중동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간의 전쟁 가능성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킨다. 한 마디로 지금 미국에서는 물가는 오르고 고용도 늘어나고 있으면서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층 더 가중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하면 연준이 금리를 내리는 것은 명분도 없고 실리는 더더욱 없는 상황이다.

다급했나? ... 대통령의 금리정책 구두 개입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과 혼선 줄 수 있어
그럼에도 시장은 계속 올해 금리 인하를 예측하고 있다. 올해 1월에 시장은 연준이 연내 6차례 정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 처음으로 금리를 내리는 시점도 3월로 예측했다. 이런 예상에는 파월 의장의 지난해 12월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파월 의장은 당시 “금리 인상은 더 이상 기본정책이 아니다”, “금리인하가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논의 주제였다”는 등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해 12월에도 물가는 높았고 고용은 호조였던 점을 감안하면 파월 의장의 발언은 조금 이해가 안가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이 발언 이후 2024년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고 인하 횟수를 계산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2024년 들어 경제지표가 계속 매파적으로 발표되면서 금리인하 회수에 대한 예상은 6회- >3회- >2회로 갈수록 줄었다. 금리를 인하하는 시점도 3월- >6월- >7월- >9월로 늦어졌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했던 파월 의장의 입장도 궁색해졌다. 연준의 소통방식의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의 금리 인하 발언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연준과 파월 의장의 행태와 관련해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물가가 급등한 것으로 발표된 이후 “올해가 가기 전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예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즈가 10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인플레이션이 극적으로 감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미국 연준은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치인의 금리에 대한 언급은 시장에서 잘못된 기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맞다.

6월 넘기면 금리인하 카드 물건너가..파월이 정치를 고민해야하는 시간 다가오고 있어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선거를 앞두고 다급한 모양이다. 어떻게든 11월 전에 경제를 최대한 부양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고자 모든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에 금리를 내리고 미국 경제가 지금보다 더 좋아지면 재선의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3월 물가가 높아 시장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는 것을 막아보려고 그동안 ‘금기’로 여겨졌던 금리에 대한 언급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금리 인하에 대해 관심이 무척 많고 파월 의장이 이를 알고 있다면 그동안의 스토리가 어느 정도 풀린다. 금리를 내려 효과가 나타나기 까지는 3분기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파월 의장 입장에서는 금리를 실제 내리거나 금리 인하와 관련한 언급을 대선보다 9개월 이상 전에 해야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정치적인 일정을 감안하면 파월 의장이 지난해 말 금리인하를 언급한 것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후 경제지표가 생각보다 너무 ‘매파적’으로 나오자 실제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파월의장은 4월16일에는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히면서 비둘기에서 매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최근 경제 지표는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비둘기와 매를 오락가락하는 파월의 발언은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그럼 언제 금리를 내릴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최소한 상반기에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 6월이 마지노선이다. 그 이후 금리를 내린다면 실제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치금융’을 한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 뻔하다. 6월까지 물가가 계속 오르고 고용이 증가한다면 선거전에 금리를 내리는 기회는 사라진다. 그럼 금리 인하 시점은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다. 그때는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금리 정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상반기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 시기는 11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파월 의장이 경제보다는 정치를 고려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미국 따라가는 한국은행 ‘천수답 정책’ 계속될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4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미국 물가가 오르고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국은 4월 총선을 계기로 정치적 입김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벗어났다. 경제적 환경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금리 정책을 펴야 하는 시점이다. 한국의 경제 환경은 녹록치 않다. 소비자물가는 3월 3.1%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물가상승요인을 인위적으로 차단했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 물가상승률은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유가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물가 상승세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전망도 순조롭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17만 3000명으로 지난 2021년 2월 이후 증가폭이 가장 낮았다. 여기에 환율은 연일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1360원 선을 넘었다. 고용과 경기를 살펴보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환율과 물가를 감안하면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다.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정치적으로도 한은에는 비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은행의 선제적인 통화정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을 바라보는 ‘천수답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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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프로필

경제 현상의 변화를 제대로 설명하고 알리는데 관심이 많다. 단순한 사실전달 보다는 국내외 경제 현상 및 사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넣어 보도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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